헌정 초반, 발췌·사사오입·소급입법 '이상한' 개헌만
87년 체제 후 36년간 "개헌" 언급뿐 추진력 못받아
헌법 학계 "정치 실정 보면 개헌 불가능" 전망 암울

[법률방송뉴스]

▲앵커

제헌절마다 등장하는 '개헌' 선동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왔습니다.

개헌 가능성을 물어보면 학계는 이제 진저리 칠 정도라는데요.

자세한 내용 석대성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30여년간 아홉 차례나 바뀐 헌법.

이후 30년 넘게 정체돼 있습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 (제헌절 69주년)
"내년에는 개정된 헌법 질서 위에서 새로운 대한민국, 더 행복한 대한민국을 향해..."

[문희상 전 국회의장] (제헌절 70주년)
"지금 개헌을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박병석 전 국회의장] (제헌절 72주년)
"이제 시대 변화에 발맞춰 헌법을 개정할 때가 되었습니다."

정치권 '개헌' 언급만 36년째.

지금은 제헌절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입니다.

[김진표 국회의장] (제헌절 75주년)
"공감과 준비가 충분한 만큼 이제 개헌을 실행할 때가..."

마지막 개헌은 1987년.

당시는 민주화에 방점을 찍었으니, 실정에 맞게 '분권' 중심으로 헌법을 고치자는 게 역대 국회의장 도돌이 멘트.

여야가 미적거리는 이유도 나름 있습니다.

국회 중심으로 헌법을 개정하려면 300명 중 150명의 지지를 받아야 법안을 발의할 수 있고, 200명이 찬성해야 입법부 문턱을 넘습니다.

이후 돌아오는 총선에서 국민투표에 붙이는데, 국민 절반이 투표하고 이 가운데 과반 이상이 찬성해야 확정입니다.

국민 투표는 둘째 치고 여야 합의가 선행돼야 하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없던 일로 덮입니다.

탄핵 정국으로 압도적 지지율을 업은 문재인 정부가 기회를 틈타 탄력적으로 개헌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당시 보수 야당이 '개헌저지선' 100석을 겨우 지키며 한 편의 서사로 끝났습니다.

이번에 나온 제안은 여야 절충이 가능하고, 대통령과 국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 수준 개헌입니다.

[김진표 국회의장]
"대통령 4년 중임제, 국무총리 국회 복수 추천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이상 3개항에 국한해 헌법을 개정할 것을 제안합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 국회 출입기자와 학자 10명 중 9명은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는데, 정작 개헌 가능성에 대해선 매우 비관적입니다.

[OO대학교 헌법학 교수] (음성변조)
"잘 아시다시피 헌법을 개정한다고 뭐가 달라질지, 실질적으로 대단히 개선되는 게 있을 것인지, 또 그게 실현 가능하냐..."

일부는 노무현 정부가 주 5일제를 추진하며 제헌절을 공휴일에서 뺀 것부터 복구해, 헌법 가치부터 되새기라고 말합니다.

정계 원로 사이에선 정치의 신뢰 제고와 권력기관의 적극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다소 진부한 설득만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대철 헌정회장]
"이제 민주화를 이룩한 이 시대 국민의 요구를 통찰해야 합니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과 국회는 민생 안정을 위한 숙고와 토론을 거듭해야 합니다."

'헌법은 국가의 미래'

깊이 없이 개헌을 말하기보단 필요성부터 절감해야 할 시기입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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