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는 왜 항소했을까... ‘갑툭튀 오토바이 사망사고’ 치사 무죄와 장심비심(將心比心)
검사는 왜 항소했을까... ‘갑툭튀 오토바이 사망사고’ 치사 무죄와 장심비심(將心比心)
  • 유재광 기자
  • 승인 2021.07.1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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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신호 위반 비정상적 운행까지 주의해야 할 의무 없어"

[법률방송뉴스] 사거리에서 정지신호를 위반해 들어온 오토바이를 치어 운전자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화물차 운전자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다. 오늘 ‘뉴스 사자성어’는 장심비심(將心比心) 애기해 보겠습니다.

지난 2019년 5월 10일 오후 2시 50분쯤 전남 영암군의 한 마트 앞 사거리.

편도 2차선 도로에서 화물차를 몰던 27살 운전자 A씨가 원동기 장치 자전거를 몰고 사거리로 진입한 56살 여성 B씨를 치어 숨지게 했습니다.

이에 A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같은 법 제3조 ‘처벌의 특례’ 조항 1항은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폐쇄회로 CCTV 영상과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 종합분석서를 보면, A씨는 직진 신호를 받고 제한속도 시속 60km보다 느린 시속 44~48km로 운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B씨는 정지신호를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교차로를 거의 통과할 무렵 왼쪽에서 다가오는 B씨를 발견한 A씨가 급하게 화물차를 오른쪽으로 틀어 충돌을 피하려 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B씨는 속도를 거의 줄이지 않고 그대로 직진해 화물차 적재함 왼쪽 부분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습니다.

1심은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A씨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해 “직진 신호에 제한 속도를 지키며 교차로에 이미 진입한 A씨가 신호를 위반해 직진하는 차량이 있을 경우까지 예상해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 의무까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A씨가 상황을 인지한 시점엔 이미 사고를 피하기 어려운 점을 들어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인 광주지법 제3형사부 항소부(김태호 부장판사)도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사고 당시 B씨는 A씨 진행 방향 왼쪽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거의 직진으로 주행해 반대 차선까지 진입했다. 이러한 B씨의 비정상적인 운행을 A씨가 예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A씨는 신호와 제한 속도를 지켜 1차로로 진행하던 중 B씨를 발견하자마자 충돌을 피하려 했다“며 A씨 화물차의 상당 부분이 2차로로 변경된 상태에서 B씨가 화물차 옆을 충격해 사고가 났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A씨가 이를 피하기는 어렵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의 업무상 과실을 입증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쉽게 말해 불가항력적 사고로 A씨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명심보감 ‘진심편’에 '장심비심(將心比心) 변시불심(便是佛心)‘ 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앞의 장심의 심(心)은 내 마음, 뒤의 비심의 심(心)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지칭합니다.

해석하면 ‘내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그것이 바로 부처님 마음이다’는 뜻입니다.

흔히 말하는, 입장 바꿔 생각해 본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이 곧 부처의 마음이라는 것이 명심보감의 설파입니다.

중국 청나라 때 ‘석천기’라는 사람이 쓴 ‘가보로 전하라’는 뜻의 ‘전가보’(傳家寶)라는 책에도 비슷한 표현이 나옵니다.

장심비심(將心比心) 강여불심(强如佛心), 내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그 마음은 곧 부처님 마음보다도 더 훌륭한 마음이다“는 내용입니다.

중국 춘추 시대 제나라 경공과 재상 안자의 고사에서 비롯된 추기급인(推己及人)이나 설신처지(設身處地) 등도 모두 비슷한 뜻입니다.

남의 처지와 마음을 헤아리는 것.

장황하게 ‘역지사지’ 얘기를 늘어놓은 건 이게 꼭 검사가 항소를 해야 할 사안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사망사고가 나고 주의의무와 과실 여부를 따지기 위해 수사와 기소를 하는 것까진 그렇다 해도, 관련 조사와 1심 재판 과정에서 나타난 증거들로 무죄가 나왔다면 검사가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항소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그냥 1심 무죄 판결에 불복한다, 기계적으로 항소한 건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듭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긴 했지만, 이 20대 화물차 운전자는 2019년 5월 사고가 났으니 2년 넘게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 것이며, 생업에도 지장이 있었을 거라 짐작됩니다.

검사가 아직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았다면, 부처의 마음까진 아니어도 이 20대 화물차 운전자의 마음을 헤아려 현명한 결정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뉴스 사자성어’였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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